강릉 급발진 사고 차량, 할머니 패소 판결과 티볼리 브레이크등 논란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인 티볼리 관련 재판에서 운전자인 할머니가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인정하며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강릉급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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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의 개요와 법원 판결

2022년 12월 6일 강원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70대 할머니가 운전하던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차량이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인 이도현 군(당시 12세)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차량은 앞서가던 모닝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약 30초 동안 1km가량 굉음을 내며 질주했고, 교차로 네 곳을 지나 도로 경계석을 넘다 지하통로로 추락했습니다. 할머니도 중상을 입었으나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어린 손자의 목숨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할머니가 "이게 왜 안돼, 도현아"라고 소리치는 음성이 공개되며 급발진 현상이 30초 동안 이어졌다는 점에서 운전자 실수가 아닌 차량 문제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후 유족은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를 상대로 9억 2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1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운전자(할머니)가 가속페달을 제동 페달로 오인해 가속페달을 밟았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사고가 ECU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로 2년 6개월 동안 지속된 법정 공방에서 제조사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2. 핵심 쟁점이 된 티볼리 브레이크등과 ECU 결함 논란

이 소송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페달 오조작' 여부였습니다. 유족 측은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했으며, 급가속 시 자동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이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할머니가 가속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하며,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농원 CCTV를 근거로 티볼리에 제동등이 켜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KG모빌리티 측은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한 사고기록장치(EDR) 기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등을 근거로 페달 오조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EDR에는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티볼리는 제동페달을 밟으면 이 페달에 연결된 스위치 신호가 제동등 제어장치에 전달돼 제동등이 켜지는 구조인데, 사고 당시 굉음성 엔진구동음이 나면서부터 최종 충돌까지 제동등은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3. 운전자 과실 vs 차량 결함: 법원의 판단 근거

재판부는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사고기록장치(EDR)의 사고 전 운행기록이 저장되는 과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설령 ECU 결함으로 잘못된 주행 명령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런 오류가 가속페달 신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차량과 같은 연식의 차량으로 실도로 주행 재연 시험한 결과 EDR 기록상의 속도와 차이가 시속 8∼14㎞로 크지 않고, 모닝 차량과의 추돌이 티볼리 차량 성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상황을 재연한 실험상의 한계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후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모닝 충돌 직후 잠시 제동등이 켜졌다가 꺼지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제동등이 점등된 시점이 충돌 직전이 아닌 충돌 당시이고, 점등 지속시간도 매우 짧았던 것"을 근거로 "제동페달을 밟은 것이 아닌 차량 충격에 의한 관성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CCTV 영상에서 제동등이 켜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햇빛에 반사돼 제동등이 다소 밝게 보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4. 유가족의 항소 의지와 소비자 입증책임 완화 요구

패소 판결 직후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오늘 판결은 진실보다 기업의 논리를, 피해자보다 제조사의 면피를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항소를 통해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위한 도화선을 만들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번 사건의 승패를 넘어 유사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목표로 하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와 관련하여 5월 19일 연합뉴스 TV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인해 유사 사고에서 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제조사의 차량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번 판결이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5.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의 과거와 현재

이러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습니다. 2007년에는 도요타 캠리 승용차가 급발진하는 사고로 차에 함께 탔던 사람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고, 미국 오클라호마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이 사고가 차량의 전자식 엔진 조절 장치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2017년에는 KG모빌리티(당시 쌍용자동차)가 티볼리, 코란도 C 등 2개 차종 7만 4,043대의 배출가스 부품 결함을 개선하기 위해 결함시정(리콜)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산소센서 튜브 내부에 입자상 물질(PM)이 과다하게 퇴적되어 센서의 응답시간이 지연되고 엔진 경고등이 점등되는 문제가 확인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는 차량 제조사의 책임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족의 항소로 이어질 고등법원 판결과 더불어, 소비자의 입증책임 완화를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더 나은 소비자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